Immanuel Martins. 질병이 설계의 일부가 될 때. Aeviant Biosciences. July 21, 2026. Available from: https://www.aeviant.com/ko/writing/biological-state-in-drug-design/
2012년, BRAF V600E를 연구하던 연구자들은 분자적 정밀성의 한계를 드러내는 결과를 마주했다. 흑색종에서는 변이된 BRAF 단백질을 억제했을 때 상당한 반응이 나타났다. 같은 돌연변이를 가진 대장암에서는 반응이 훨씬 약했다. 분자적 이상도, 개입도 같았다. 달랐던 것은 이를 둘러싼 조절 체계였다.
BRAF V600E 대장암 세포에서 BRAF를 억제하자 표피성장인자 수용체(EGFR)를 통한 신호전달이 빠르게 활성화됐다. 이 피드백은 하위 신호전달과 세포 증식이 계속되도록 뒷받침했다. 흑색종 세포에서는 EGFR 발현량이 훨씬 적었기 때문에 같은 반응이 나타나기 어려웠다. 동일한 분자적 이상에 동일한 개입을 가했지만, 생물학적 맥락이 달랐기 때문에 결과도 달라졌다.[1]
mTOR 복합체 1(mTORC1)에 관한 연구에서도 이와 비슷한 문제가 드러났다. 연구 대상이 된 암의 맥락에서 mTORC1 신호전달은 상위 수용체와 PI3K 활성을 억제하는 피드백에 관여했다. 라파마이신 유사체(rapalog)를 사용하거나 다른 방식으로 mTORC1을 억제하자 이러한 억제의 일부가 해제되면서 AKT를 통한 신호전달이 증가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mTORC1 억제 후 S6K–PI3K–RAS 피드백 경로를 통해 MAPK 경로가 활성화되는 현상이 확인됐다.[2,3]
이 결과들은 직접 억제라는 접근이 잘못됐음을 보여준 것이 아니다. 의도한 표적을 억제했다고 해서 그 결과로 나타나는 생물학적 상태까지 제어한 것은 아니다. 개입은 그 효과를 흡수하거나 다른 경로로 돌리거나 상쇄할 수 있는 네트워크 안에서 표적에 작용한다.
신약 개발은 분자 표적을 찾아내고, 그 구조를 규명하고, 표적 관여를 측정하는 능력을 갈수록 높여 왔다. 이러한 역량은 여전히 필수적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뒤따를 생리적 상태가 무엇인지 확립할 수는 없다. 그러려면 더 넓은 질문이 필요하다. 약물이 작용하는 생물학적 맥락에는 어떤 정보가 담겨 있는가?
질병과 관련된 활성은 대개 그것이 일으키는 해로 설명된다. 염증이 지속된다. 세포가 적절한 억제 없이 증식한다. 혈당이 건강한 범위를 넘어선다. 물러나야 할 때에도 신호전달 경로가 계속 활성화되어 있다.
이런 설명은 필요하지만, 생물학적 신호는 진폭, 지속 시간, 빈도, 위치를 통해 정보도 전달할 수 있다.[4] 농도는 강도를 반영할 수 있다. 시점은 시스템이 특정 상태에 진입한 순간을 나타낼 수 있다. 신호 사이의 관계는 고립된 분자 사건과 서로 조율된 생리적 반응을 구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렇다고 질병과 관련된 모든 신호가 치료 작용을 조절하는 유용한 입력이 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신호는 질병을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동반할 뿐일 수 있다. 건강한 조직과 병든 조직 모두에서 나타날 수도 있다. 질병 중증도와의 관계가 사람마다 다르거나 질병이 진행되면서 달라질 수도 있다. 어떤 상황에서는 가능한 한 완전히 억제하는 것이 적절한 목표다.
설계의 질문은 더 좁다. 어떤 생물학적 조건이 치료 필요성을 신뢰성 있게 반영한다면, 그 조건을 이용해 개입의 위치, 시점 또는 강도를 조절할 수 있을까?
약리 효과는 이미 맥락의 영향을 받는다. 표적의 양, 조직 내 약물 노출, 대사, 경로의 상태가 모두 약리 효과에 영향을 미친다. 중요한 차이는 이러한 의존성이 우연히 생기는지, 아니면 의도적으로 설계에 포함되는지에 있다. 약물 노출에 주로 좌우되는 개입은 표적에 도달하는 약물의 양에 의존한다. 생물학적 맥락에 따라 작용하는 개입 역시 충분한 노출이 필요하지만, 그 활성의 일부는 명확히 규정된 생물학적 입력에도 의존하게 된다.
이 차이가 중요한 이유는 약물이 분자적으로 선택적이면서도 생리적으로는 광범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약물이 의도한 표적에 결합하더라도 같은 수준의 활성이 필요하지 않은 조직, 신호 상태 또는 시간대까지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많은 프로그램에서 표적 선택성은 필수적이지만, 치료적 정밀성에 관한 모든 질문에 답해 주지는 않는다.
여러 실험적 접근법이 이 원리를 구체적으로 보여주기 시작했다.
포도당 반응성 인슐린은 직접적인 사례다. 인슐린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변화하는 혈당에 맞춰 인슐린 활성을 조절하기는 여전히 어렵다. 활성이 너무 낮으면 고혈당이 지속되고, 너무 높으면 저혈당이 발생할 수 있다. 연구자들은 포도당 농도가 변함에 따라 인슐린 수용체 친화도를 바꾸는 포도당 반응성 분자 스위치를 적용해 연구용 인슐린 NNC2215를 설계했다. 이 분자는 시험관 내에서 가역적인 포도당 감응성 생물활성을 보였다. 랫드와 돼지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저혈당을 완화하면서 혈당 상승에 부분적으로 대응했다.[5]
이 결과들은 아직 전임상 단계에 있다. 사람에게서의 유익성을 입증하지 않았고, 저혈당을 없애거나 노출 관리의 필요성을 제거하지도 않았다. 다만 변화하는 생물학적 상태가 개입의 활성에 기여할 수 있다는 더 제한적인 설계 원리를 보여준다.
암 연구에서는 또 다른 형태의 조건 의존성이 탐구됐다. EGFR은 유용한 치료 표적이지만 건강한 조직에도 존재한다. 연구자들은 종양 미세환경에서 흔히 활성화되는 단백질분해효소에 의해 절단된 뒤에야 표적과 결합할 수 있는 차폐형 EGFR 표적 항체를 개발했다. 전임상 모델에서 이 설계는 조건부 활성을 나타냈고, 차폐되지 않은 항체보다 치료지수를 개선했다.[6]
여기서 중요한 입력은 EGFR 발현과 국소 조직 환경에 연관된 단백질분해효소 활성이 결합된 것이었다. 이 설계는 항체가 이동하는 위치와 실제로 표적에 결합할 수 있는 위치를 구분하려 했다.
합성생물학은 조건부 조절을 한 단계 더 확장했다. 연구자들은 하나의 항원을 인식한 뒤 두 번째 항원을 겨냥하는 키메라 항원 수용체의 발현을 유도하는 합성 Notch(synNotch) 수용체를 T세포에 적용했다. 전임상 실험계에서 이 회로는 순차적·조합적 종양 인식을 가능하게 했고, 두 항원을 모두 지닌 세포와 하나만 지닌 세포를 더 잘 구분했다.[7]
포도당 감응성 단백질, 단백질분해효소로 활성화되는 항체, 공학적으로 설계된 면역세포 회로는 서로 다른 치료제 분류에 속하며 서로 다른 입력과 기전을 사용한다. 각 근거는 연구된 시스템에 한정된다. 이 사례들을 종합하면 생물학적 맥락이 약물 노출과 함께 치료적 조절의 한 축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생물학적 상태를 중심으로 설계하면 가설이 실패할 가능성도 더 많아진다.
제안된 입력은 치료적으로 의미 있는 상태를 충분히 신뢰성 있게 구분해야 한다. 그 농도나 활성은 개입이 감지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달라져야 한다. 이 관계는 하나의 실험 조건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용량, 시간, 조직이 달라져도 유지되어야 한다. 같은 입력이 신체의 다른 곳에도 존재한다면 조건부 활성화는 원치 않는 활성을 막는 대신 다른 곳으로 옮길 뿐일 수 있다.
입력 자체가 치료 때문에 변할 수도 있다. 개입 초기에 적절히 반응하던 상태 의존적 기전도 피드백, 적응 또는 질병 진행으로 주변의 생물학적 맥락이 달라지면 다르게 작동할 수 있다. 집단 평균은 제안된 관계가 존재하지 않는 하위 집단을 가릴 수 있다. 분리된 세포에서 관찰된 측정값은 조직에서 사라질 수 있고, 조직에서 관찰된 효과는 개체 수준에서는 유지되지 않을 수 있다.
이 질문들은 생물학적 맥락이 의미 있는 치료적 조절을 제공하는지를 결정하므로 개발의 핵심에 놓인다.
따라서 이 아이디어를 검증하려면 분자가 결합한다는 사실이나 하나의 신호가 있을 때 효과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개입은 약물 노출과 생물학적 상태를 다양하게 조합한 조건에서 평가되어야 한다. 치료가 필요한 상태와 정상적인 생리 기능을 나타내는 상태 모두에서 활성을 비교해야 한다. 표적 발현량, 분포 또는 대사의 변화 같은 대안적 설명도 제안된 맥락 의존성과 구분해야 한다.
설득력 있는 결과는 원하는 효과가 나타나고, 그 효과와 생물학적 상태 사이의 관계가 재현 가능하며 기전적으로 일관되고 허용 가능한 치료역 안에서 유용하다는 점을 보여주어야 한다. 부정적인 결과가 나오면 그 가설을 폐기할 수 있어야 한다.
계산 및 구조적 방법은 후보 관계를 찾아내고, 타당해 보이는 기전을 탐색하고, 실험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생물학적 입력이 치료적 조절을 제공한다는 사실을 확립할 수는 없다. 그 결론에는 점차 더 완전한 실험계에서 얻은 기능적 근거가 필요하다.
Aeviant는 생물학적 상태를 치료 설계의 명시적 변수로 삼을 수 있는지를 연구하기 위해 설립됐다.
Aeviant는 분자 선택성, 생물학적 상태, 의도한 작용 시점, 보존해야 할 생리 기능, 기능적 결과를 함께 고려해 약리학적 정밀성을 정의한다. 각 신약 개발 프로그램은 제안된 상태 의존성을 반증할 근거도 함께 정의한다.
생물학적 상태는 Aeviant가 치료제를 설계하는 연구 프레임워크다. 그 가치는 프로그램별로 실험적 근거를 통해 확립되어야 하며, 각 제안 기전에는 진행 기준과 중단 기준이 정해진다.
일부 생물학적 시스템에는 유용한 조건부 입력이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단순화된 모델 밖에서 검증하면 무너지는 관계도 있을 것이다. 또 어떤 경우에는 직접 억제, 보충 또는 제거가 여전히 가장 적절한 치료 전략일 수 있다. 맥락 의존적 설계는 더 정교해 보이기 때문이 아니라 측정 가능한 이점을 제공할 때에만 사용해야 한다.
이 명제의 범위는 의도적으로 좁다. 생물학적 상태를 신약 설계의 실험 변수로 다룰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시스템에서는 이 변수가 치료적 조절을 개선할 수 있다. 다른 시스템에서는 이점 없이 복잡성만 더할 것이다. Aeviant는 생물학적 상태가 유용한 조절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결과까지 포함해, 증거에 따라 이 아이디어를 판단할 것이다.
참고문헌
- Unresponsiveness of colon cancer to BRAF(V600E) inhibition through feedback activation of EGFR. Prahallad A, Sun C, Huang S, Di Nicolantonio F, Salazar R, Zecchin D, et al. Nature. 483:100–103. 2012. DOI.
- mTOR inhibition induces upstream receptor tyrosine kinase signaling and activates Akt. O’Reilly KE, Rojo F, She QB, Solit D, Mills GB, Smith D, et al. Cancer Research. 66(3):1500–1508. 2006. DOI.
- Inhibition of mTORC1 leads to MAPK pathway activation through a PI3K-dependent feedback loop in human cancer. Carracedo A, Ma L, Teruya-Feldstein J, Rojo F, Salmena L, Alimonti A, et al. Journal of Clinical Investigation. 118(9):3065–3074. 2008. DOI.
- Encoding and decoding cellular information through signaling dynamics. Purvis JE, Lahav G. Cell. 152(5):945–956. 2013. DOI.
- Glucose-sensitive insulin with attenuation of hypoglycaemia. Hoeg-Jensen T, Kruse T, Brand CL, Sturis J, Fledelius C, Nielsen PK, et al. Nature. 634:944–951. 2024. DOI.
- Tumor-specific activation of an EGFR-targeting Probody enhances therapeutic index. Desnoyers LR, Vasiljeva O, Richardson JH, Yang A, Menendez EEM, Liang TW, et al. 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 5(207):207ra144. 2013. DOI.
- Precision tumor recognition by T cells with combinatorial antigen-sensing circuits. Roybal KT, Rupp LJ, Morsut L, Walker WJ, McNally KA, Park JS, Lim WA. Cell. 164(4):770–779. 2016. DOI.